무의미의 축제 - 밀란 쿤데라
어느새 자가격리 5일차가 지나가고 있다. 처음에는 증상이 나타날까 걱정도 되고, 하던 일의 인수인계를 해야해서 정신도 없었다. 5일이 지난 지금은 모든 것이 의미가 있나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식욕도 수면욕도 줄어들고 그냥 게임하고 유튜브보다 자고 일어나서 밥먹고 반복인 일상이 이제 점점 적응이 되는 것 같기도하고 정신이 나가는 것 같기도 하다.
<무의미의 축제>와 내 자가격리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동일하니 리뷰를 쓴다. 이 리뷰를 쓰는 것도 의미가 있나 싶다.
책 리뷰
무의미(無意味). 아무 뜻이 없음.
현재의 사회에서는 의미에 많은 것들에 의미를 부여한다. 무언가 이유가 없는 행동들을 못 참아한다. 하지만 의미가 없다는 것은 그래서 가치가 있다. 의미를 찾아야만 정당화되는 행동들 틈에서 지친 사람들이 힐링이라는 이름의 무의미로 찾아간다는 것만을 보아도 무의미는 우리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책은 알랭, 칼리방, 샤를, 라몽, 네 주인공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짧은 양의 내용에서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초반에는 잘 읽히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인물들에게 큰 의미를 두지 않고 큰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이 책을 이해하는 방법이었다. 책에서는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배꼽, 거짓말, 매력, 농담과 깃털. 이런 작은 이야기들을 통해서 우리는 삶에서 무의미가 의미하는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그가 의아했던 것은 그 거짓말을 왜 했는지 자기 자신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거짓말을 한다는 건 보통 누구를 속이거나 어떤 이득을 얻기 위해서다. 그런데 생기지도 않은 암을 꾸며 내서 대체 무엇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 - P.19
우선 책의 초반에 나오는 거짓말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많은 사람은 거짓말을 하면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부모, 친구, 직장상사,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간다. 거짓말을 할 때 준비를 하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상황에 닥치면 우선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에 의미를 부여한다. 책 중 다르텔로 또한 그렇다. 없는 암을 꾸며내고 뒤돌아서서 자신의 거짓말에 대해 생각한다. 하지만 이내 이 거짓말을 잊기로 생각하고 그 거짓말은 무의미가 된다.
그다음은 책의 정점이라 생각하는 의미의 축제인 파티이다. 파티는 모든 것들에 의미를 부여한다. 마지막에는 가장 하찮은 허공에 떠 있는 깃털을 파티에 참여한 사람들은 추락하는 천사를 보듯 쳐다본다. 이유 따위는 없다. 그냥 깃털은 허공에 떠 있고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그 깃털에 집중한다. 이 장면에서 우리가 얼마나 무의미한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는지를 생각했다. 이 장면은 현재의 세상을 보여준다. 모든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결국은 깃털처럼 추락한다.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은 말입니다, 존재의 본질이에요.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와 함께 있어요. 심지어 아무도 그걸 보려 하지 않는 곳에도, 그러니까 공포 속에도, 참혹한 전투 속에도, 최악의 불행 속에도 말이에요. 그렇게 극적인 상황에서 그걸 인정하려면, 그리고 그걸 무의미라는 이름 그대로 부르려면 대체로 용기가 필요하죠. 하지만 단지 그것을 인정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사랑해야 해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 P.147
마지막 장면은 파티와는 다르게 무의미한 축제가 펼쳐진다. 공원에서의 축제는 커튼콜처럼 이야기에 나왔던 사람들이 등장해 무의미한 것들을 마음껏 펼친다. 칼리닌과 스탈린, 배꼽들, 거짓말들이 마지막을 장식한다.
책을 덮고 무의미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문뜩 불교에서의 해탈이 생각이 났다. 모든 것에 대한 의미를 찾다가 모든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을 때 우리는 한가지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이런 생각 또한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무엇이 의미가 있겠는가. 이 이야기에 나는 의미를 부여했다. 한 번밖에 읽지 않은 책이지만 다음번에 읽을 때는 다른 생각을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되새김질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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