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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처절한 응급실의 모습 <만약은 없다 - 남궁인>

by 스탁 2021. 4. 26.

처절한 응급실의 모습 <만약은 없다 - 남궁인>

 또다시 코로나로 한국이 골병에 들고 있다. 코로나로 난리인 요즘 점점 더 의료인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이럴 때 의료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고충과 어려움을 해결해 주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남궁인 작가가 목동이대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며 쓴 책이다. 개인 SNS에 올린 글들을 모아 엮은 느낌의 책인데 읽은 지 오래되어 그 주변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내용은 머리에 박혀 응급실이나 엠뷸런스를 볼 때마다 책의 내용이 생각이 난다. 그만큼 기억에 남는 책이다.

 남궁인의 글을 읽다보면 작가의 글과 마음이 상반되어 그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마치 감정이 없는 듯 써 내려간 차가운 글에서 누구보다 사람을 살리고 도움이 되고 싶어 하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마음이 저릴 정도이다. 생각해보면 이 책을 시작으로 많은 의료인들이 쓴 책과 글을 찾아보았다. 코로나 19는 우리에게 많은 상처를 줬지만 이 기회를 이용해 의료인들의 어려움이 해결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밤이다.


책 리뷰

 수많은 사연이 모이는 곳이 있을까? 생각하면 많은 곳이 떠오르지만, 그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건 응급실이 아닐까 생각한다. 삶과 죽음이 동시에 존재하는 곳이라 강렬한 것일까 아니면 작은 사연이지만 큰 아픔을 주는 곳이라 강렬한 것일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응급실은 저마다의 뼈아픈 사연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그곳에는 날것의 죽음이 있다. 응급실에서 나는 감정과 육체의 한계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하루 24시간을 온전한 정신으로 근무해야 했고, 하루에도 새로운 환자 수백 명이 내 앞에 섰다. 그들은 고통에 몸부림 쳤고, 애처로웠으며, 절박했고, 실제로 죽음에 이르기도 했다.” - P.7

 작가는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사이다. 의학에 관한 콘텐츠들을 좋아하는 나는 영화, 드라마, , 만화 등에서 자주 접한 공간이다. 그 컨텐츠들을 보면 항상 의사들은 쉬지 못하고 뛰어다니며 환자들을 돌보고 환자들은 자꾸 밀려들면서 응급실은 아비규환이 된다. 내 머릿속의 응급실은 그래서 지옥과도 같은 느낌이다.

 “아버지가 옆방에 계셨어요. 저는 안방에 있고 아버지는 옆방에 계셨단 말이에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 시간 반, 씨발, 제가 뭐 하고 있었는 줄 알아요? 밥 배불리 처먹고 배가 부르다고 누워 천치같이 텔레비전을 보면서 낄낄대고 있었어요. 빨래 개는 마누라랑 농담이나 지껄이면서, 아버지······ 어쩐지 식사를 안 하시겠다더니 옆방에서 이딴 노끈 매듭을 묶고 계셨던 거군요. 아들이라는 병신이 세상 편하다고 누워 있는데, 당신께서는 목을 메달고 죽어가고, 씨이팔, 빨리 찾았으면, 이 호로새끼가 살려드릴 수도 있었는데. 호로새끼가 아버지 안중에도 없이 뚫린 입이라고 웃고, 옆방에 아버지가 허공에 매달려 있는 줄도 모르고 좋다고 텔레비전이나 보고 지껄이고, 고생만 하신 아버지······ 옆방의 아버지······ 한 시간 반을 그렇게······ 나는······ 씨발, 이 씹새끼······ 죽어야 돼 아아악” - P.132

 각각의 사연들이 모인다. 아버지를 먼저 떠나보낸 아이들, 옆방에서 자살한 아버지를 발견한 아들, 부부싸움으로 실려 온 남편 등 여러 분류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불나방처럼 응급실의 불 속으로 달려든다. 하지만 그들은 각각의 사연들이 있다. 이제는 어떤 상황이 슬픈지를 알게 될 나이여서 그런가 책은 슬픈 소설보다도 더 슬펐다. 가슴이 메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책 속의 군대 이야기 때문이었다. 의사만 모여 있는 의무실에서의 상황이 너무 재미있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책의 일부분일 뿐이다. 이 책은 뼈가 아프도록 슬프다.

 책을 산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좋은 책은 구매해서 두고두고 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이 책을 사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하지만 다시 보는 것은 주저하게 된다. 솔직히 책을 다시 읽는 것이 무섭다. 책을 읽으면 상황들이 생생하게 눈앞에 보였고 그들의 슬픔은 나의 슬픔이 되었다. 엄청난 책을 읽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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