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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책 추천> 다시, 책은 도끼다 - 박웅현

by 스탁 2021. 4. 4.

다시, 책은 도끼다 - 박웅현

 학교에서 잠깐 일을 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도서관은 거의 대부분의 책들이 동화와 만화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찾아보면 진주 같은 책들이 많이 구비되어있다. 이 책을 발견한 것은 그런 책들을 찾으려 도서관을 전전하다 사서 선생님에게 읽을 책이 없다고 책 좀 추천해달라고 말을 걸었을 때였다.

 사서 선생님은 자기도 그런 고민을 할 때가 많다는 이야기를 하며 자신이 그럴 때 어떻게 다음 읽을 책을 고르는지 알려줬다. 책 속에 나오는 작품들을 찾아 읽거나, 책을 추천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다음 책들을 고른다고 알려주었다. 책 속에 나오는 작품들을 읽자니 당시 읽은 책이 몇 권 되지 않는 상황이라 이 방법은 포기했다. 대신 두 번째 방법을 조금 변형해서 사서 선생님에게 책을 추천해달라 하여 추천받는 책이 <다시, 책은 도끼다>였다.

 작가인 박웅현은 대학시절 강연을 찾아보며 알게 되었던 사람이었다. 거의 나에겐 우상에 가까운 대단한 사람의 책을 읽는다니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책을 폈을 때 나의 우상은 나의 스승이 되었다.

 박웅현은 <책은 도끼다>에서 했던 이야기와 맥락은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책에서 이야기한다.


책 리뷰

 2011 10월 초. 우리나라 대표 크리에이터라고 할 수 있는 박웅현이 자신을 각성시킨 도끼 같은 책들을 소개했다. 책에서 그가 말한 핵심은 책은 도끼다!”였고 그 핵심이 제목이 되었다. 그는 [책은 도끼다]에서 많은 책을 소개했고 책을 통해서 행복해지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많은 사람이 그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서일까? 그는 [책은 도끼다] 이후 55년 만에[다시, 책은 도끼다]로 돌아왔다. [다시, 책은 도끼다]는 지난해 초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9회의 강독회의 내용이 쓰였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 일까.책에는 8강까지밖에 없다. 책은 전작과 비슷한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하지만 [책은 도끼다]에서는 왜 책을 읽느냐에 대한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이번 [다시, 책은 도끼다]에서는 어떻게 책을 읽느냐에 대한 이야기가 초점으로 맞춰져 있다.

 작가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이야기는 천천히이다. 1년에 몇 권이라는 목표를 정하고 책을 읽는 요즘 시대에서 그는 천천히 책을 읽으라고 권한다. 천천히 작가의 말을 따라가고 나의 시선과 감정을 대입해보면서 책과 친구가 되는 방법이 책의 봉인을 풀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나 또한 1년에 100권이라는 목표를 갖고 책을 읽고 있다.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하는 생각도 있지만, 남에게 나는 1년에 100권 읽어.”라는 이야기가 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100권의 책 보다.나의 친구가 될 수 있는 10권이 책이 더 소중하다는 을 느꼈다. 평소 책을 읽다 보면 그런 책들이 있다. 나의 경우는 [스토너], [고래], [당신이라는 안정제], [살아야 할 이유] 같은 책들이 그렇다.

 “모든 사람의 독법은 저마다 다 다를 겁니다. 글을 일으켜 세우고 우리 삶의 모습과 닮은 부분들을 눈여겨본다면 공감이 되면서 더욱 감동스러운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겁니다. 말의 정글을 여행하고 나면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이 생길 거라고 믿습니다.” P.294

 책을 천천히 읽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이번에 깨닫게 되었다. 대학 입시 위주의 공부를 한 나는 책을 읽는 것보다 지문을 읽는 것이 더 익숙했고 지문을 읽을 땐 필요 없는 곳은 버리고 중심 문장만을 읽는 법을 체화했다. 좋지 않은 습관을 갖게 된 것이다. 나도 모르게 중심문장만을 찾는 날 발견했지만, 작가의 예시 덕에 천천히 읽기의 묘미 또한 알게 되었다. 책의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시습하여 나에게 맞는 지식으로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단순히 책을 읽어 아는 것이 아닌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독법을 찾아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사람마다 독법이 다르지만, 각자의 오독으로 각자의 독법을 찾아 나서는 것은 여행하는 것처럼 설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책에서 다양한 책들을 소개한다. 각 강의마다 2개에서 3개의 책을 갖고 책으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각 강의마다 뚜렷한 주제가 있지만 모든 강의를 관통하는 내용이 있다. 천천히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고 생각하고 감탄하면서 읽을 것. 이 문장을 중심에 단단히 세우고 책에 관한 이야기들을 펼쳐나간다. 책들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소개하는 책을 읽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좋아하지 않는 기행문과 인문서가 작가가 설명을 할 때는 엄청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좋은 책이라 그런 것일까 작가의 능력 때문일까.

온다며
꽃 지잖아
새는 우는데
화장은 왜한데?
P.314 규정(閨情) - 이옥봉

 [다시, 책은 도끼다]는 책을 소개하는 책이지만 길을 걷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 평범한 삶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책을 소개하는 도중 작가의 에피소드나 생각을 이야기하는데 이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 속의 문장에 관한 작가의 생각에서 발전해 작가의 생각이나 경험으로 넘어가는 이야기들은 딱딱한 분위기를 풀어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작가의 에피소드들을 읽으며 웃기도 공감하기도 하면서 따분한 강의가 아닌 즐거운 강의가 될 수 있었다.

 책에는 이외에도 다양한 내용이 있다. 자신의 내면에 입법자를 만들어 세상의 모든 잘난 것들을 내 안의 입법자가 협의하게 하라는 이야기, 찬란한 순간을 기다리지 말고 찬란한 순간을 만들라는 이야기, 노동의 중요성 같은 이야기 등. 나에게는 두 가지 크게 다가온 내용이 있다.

 첫 번째는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을 발견해도 누군가와 나눌 사람이 없고, 그 구절에 대한 느낌을 표현할 말재주가 없다는 것이다. 너무 좋은 구절이지만 누구와 나눌 수 없는 기분. 그래서 SNS를 통해 책을 소개하게 되었다. 하지만 구절을 표현하는 말재주가 없는 것이 너무 많은 것을 느꼈지만, 말로는 표현이 안 되는 기분은 너무나 답답하다. [다시, 책은 도끼다] 같은] 책들을 읽으며 조금씩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기쁘다. 

 두 번째는 서울대 권장도서 100권의 권위만 인정하지 말고 그 책이 좋은지는 내가 판단하라는 이야기였다. 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니 권장도서들을 찾아 읽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권장도서가 나에게는 와 닿지 않는 책인 경우가 많다. 이런 고민을 정리해주는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의 권위를 인정해 천천히 독서하여 나만의 권장도서를 만드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이 책은 독법이 다른 모두에게 기꺼이 오독을 권하며 그저 책 속의 내용을 저마다의 의미로 받아들여 자신에게 적용시키고 실천하는 독서를 하자고 권한다. 독서법을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길잡이를 자신의 독법에 의문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용기를 주는 책이었다.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지만,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다시, 책은 도끼다] [책은 도끼다]처럼 많은 사람에게 변화를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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